2007년 03월 29일
린네 명명법의 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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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있는 착한왕님의 글과 골수님의 글을 보면서 가졌던 의문을 파고들어 봅니다.
Q1. 린네의 이명법은 실제로 어떤 것이었는가? 종명을 여백에 기재했다는 의미는 무엇?
Q2. 수술과 암술의 수로부터 Class, Order 가 나왔다고 했는데 지금 사용되고 있는 Class 나 Order 의 내용과는 다른 것 같다. 린네의 Class 와 Order 는 어떤 것이었는지? (Croizat 의 논문을 보면 린네의 Class 는 현재의 Order, 린네의 Order 는 현재의 Family 에 해당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Q3. Croziat 의 1945 년 논문을 보면 린네나 Adanson 등은 린네의 분류체계와 같은 인공적인 체계를 임시방편 정도로 보았고, 더 많은 지식이 축적되면 자연적인 체계를 제대로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본 것 같다. 린네의 체계가 실제로는 어떤 것이었는가?
린네의 Systema Naturae 를 검색하려고 해보았으나 아마존에서 70달러 이상 하는 책들만 보이길래 일단 포기하고, 구텐베르크 프로젝트 홈페이지에 가서 린네의 저서를 찾아보았다. 1753 년에 발표된 Species Plantarum 의 스캔본과 텍스트가 같이 올라와 있었다. 첨부파일 1 은 Species Plantarum 의 본문 첫 페이지 스캔본이다. Systema Naturae 이후에 발표된 저서이므로 Systema Naturae 의 체계를 따랐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Classis I.
MONANDRIA
_MONOGYNIA_
본문은 MONANDRIA 라는 CLASS 로 시작한다. andro 가 남성(male) 을 의미하는 단어라는 것을 안다면 MONANDRIA 가 수술이 하나 있는 식물을 뜻함을 알 수 있다. 그 밑에 있는 MONOGYNIA 는 암술이 하나 있는 식물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즉, 식물을 분류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특성을 수술의 개수로 잡고, 이것을 Class 의 분류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그 하위인 Order 의 분류기준은 암술의 개수다. 몇 페이지 넘겨 보면 MONANDRIA DIGYNIA, MONANDRIA TRIGYNIA 와 같은 분류가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다분히 편의적인 분류기준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즉, 식물의 전체적인 형태라든가, 꽃이 아닌 다른 부분의 특징은 모두 무시하고, 꽃에서도 수술과 암술의 개수를 기준으로 전체 식물들을 크게크게 분류했다는 것은 얼핏 생각해 보아도 자연적인 질서를 찾아냈다기 보다는 분류하기 편한 기준을 잡아서 만든 인공적인 체계라는 인상을 받게 된다.
CANNA.
1. CANNA foliis ovatis utrinque acuminatis nervosis. (Indica.)
...상세 설명인 듯한 부분...
2. CANNA foliis lanceolatis petiolatis nervosis. (augustifol.)
...또 상세설명...
3. CANNA foliis lanceolatis petiolatis enervibus (Roy. glauca.)
... 상세설명 ...
본문에 처음 등장하는 실제 식물은 칸나 (Canna). Canna 는 속명이고, 그 밑에는 세 개의 종이 나열된다. 네다섯 단어가 해당 종을 정확하게 기술하는 복명법 체계라고 생각되고, 괄호로 표시한 (실제 스캔 이미지를 보면 알겠지만, 책의 여백에 해당하는 부분에 이탤릭체로 쓰여있다) 단어가 이명법에서의 "종명" 에 해당하는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 오늘날의 개념으로 보면 Canna 라는 속에는 Canna indica, Canna angustifol, Canna glanca 세 종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위키피디아의 http://en.wikipedia.org/wiki/Canna_(plant) 칸나 페이지에 있는 칸나 종 목록에서 Canna glauca 와 Canna indica 의 명명자가 L. (린네는 L. 이라고만 표기하는 듯..) 이라고 표기되어있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Canna augustifol 은 없어졌거나, 다른 종으로 병합되었을 것 같다. http://en.wikipedia.org/wiki/Canna_species_synonyms 를 보면 Canna augustifolia 는 Canna glauca 의 synonym 으로 간주되고 있다.
Q1. 에 대한 답: 린네의 체계는 상대적으로 길어지는 복명법을 기본으로 하되, 편의상 간단하게 부를 수 있도록 종명을 한 단어로 여백에 기재하는 방식이었다. 사실, 속명이 정해지면 그 안에 수십 개의 종들이 들어있지 않는 한, 그 특징을 길고 정확하게 기술하는 복명법보다는 가장 특징적인 것만 간단하게 한 단어로 표기하는 것이 더 경제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첨부파일 두 개를 살펴보면.. 실제로 종명이 "여백" 에 기재된 것임을 알 수 있다.
Q2. 에 대한 답: 린네의 Class, Order 는 수술/암술의 개수를 기준으로 하는, 매우 편의적인 개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짐작에 현재는 이런 식의 분류는 사용되지 않을 것 같다. 린네의 Class, Order 가 각각 현재의 Order, Family 에 해당한다고 하면, 그런 전환은 언제, 누구에 의해, 왜 일어났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일 것 같다. (아마 Croizat 의 논문을 마저 읽어보면 나올 것 같긴 하다) 또한 현재의 Order, Family, 그리고 Class 에 대한 분류기준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하는 문제도 역시 재미있을 듯.
Q3. 에 대한 답: 수술, 암술의 수에 기초한 분류가 편의적인 것이라면 이것은 자연의 질서(?)를 반영한 것이라기보다는 인공적인 체계일 것이다. 더불어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는, 린네나 Adanson 등이 생각했던, 언젠가는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던 분류의 자연적인 체계는 정말 발견할 수 있는 것일까? 하는 문제. 린네 등의 생각은 자연 체계에 분명한 질서가 있으며 조물주의 의도가 들어있다는 생각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10만 년이 흘러도 그런 질서있는 자연 체계같은 건 발견되지 않으리라는 쪽에 저녁 한 끼 정도 걸겠다.
JikhanJung
# by | 2007/03/29 22:13 | 분류학 | 트랙백(1) | 덧글(1)





